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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정연한 나뭇잎 그림자 밟으며 걷고 있으니 바람 생각만 하게 된다.
푸른 싹이 그 날의 함성처럼 움튼다. 영광의 깃발도 뿔피리 소리도 없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그 날의 함성이 맺혀 있다.
갖은 꽃 한데 모아 즐겨 보려 했는데 꽃 피우는 시기다 다 다른 것을 어찌 할까.
구름 뒤로 몸을 감추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대신 내려앉은 작은 햇살들이 총총이 빛나고 있다.
항상 올곧을 수는 없다. 어지러이 뻗어 나가더라도 설령 뿌리를 드러낸다 하더라도 잎은 언제나 푸른 법이다.
혼자 올라왔을까? 누가 올려 놓았을까? 담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민 호박 한덩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불꽃이 식어버린 새하얀 돌 위에는 사람들의 입김만 배었다가 쉬익 소릴 내며 빠져나가네.
사이로, 그 좁은 골목들로 종종걸음을 걷는 일. 좁아서 아름답고 맑아서 아름다운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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