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새로운 풍경으로 가득 차 있는 섬, 제주. 제주에 겨울이 왔다는 것은 곧 제주에 겨울의 풍경이 탄생했다는 말과 같다. 지천으로 꽃이 피는 계절,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 오색 단풍이 든 계절은 물론 소복이 눈꽃이 내린 계절까지도 아름다운 섬 제주. 제주에서도 ‘신비로 가득 차 있는 곳’으로 사랑받는 사려니숲길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의 사려니숲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황홀경, 트래블피플이라면 어찌 감상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신비의 숲길, 그곳을 찾아서
제주 여행을 계획해 본 트래블피플, 혹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관심이 있는 트래블피플이라면 ‘사려니숲길’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던 이 사려니숲길은 이제 제주를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러보고 싶어 하는 ‘잇 플레이스’ 중 한 곳이 되었다.
사려니숲길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5.16도로에서 교래입구 방면으로 차를 타고 달리거나, 제주시와 표선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거나, 혹은 제주시티투어버스를 타는 방법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대규모 관광지가 아니라 ‘숲길’이다 보니 자가 차량을 이용하여 찾았다가는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이 숲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의 일.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대대적인 국제 트레킹 대회를 치른 뒤로부터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트레킹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사려니숲길을 찾아오고 있다. (제주에서도 ‘신비로운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숲의 길이니,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트레킹의 묘미는 말로 설명하기가 곤란할 정도다!) 사려니숲길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역시 트레킹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 구간의 길이가 만만치 않음은 물론 천천히 걸어야만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 제주 여행 중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둘러볼 것을 권한다.
사려니숲길에 깃든 자연의 신비
사려니숲길에는 으레 '신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마련인데, 다른 ‘신비의 여행지’들과는 달리 이곳에는 별달리 전해지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해,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신비로운 곳’이라는 찬사를 받는 숲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사려니’라는 이름 또한 '신성한‘이라는 뜻. 대체 무엇이 이 숲길을 특별하게 하는 것일까.
사려니숲길이 왜 신비로운 곳인지에 대한 것은 일단 숲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알 수 있을 것. 총 길이가 15km에 달하는 이 숲길은 봉개동의 비자림로에서 서귀포의 사려니오름까지 쭉 이어진다. 이 숲길을 걸을 때는 주변을 잘 둘러보라. 온갖 나무들, 어딘가에서 보았음직 한 나무들부터 생전 한 번도 본 일이 없을 나무들까지가 얽혀 숲을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사려니숲길의 신비로움은 이 나무들에 있다. 졸참나무와 서어나무, 편백나무와 삼나무, 때죽나무까지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져 풍겨내는 특별한 분위기는 ‘원시림’에 온 기분을 톡톡히 느끼게 해 준다. 그 위에 눈이 소복이 덮인 겨울의 풍경은 그야말로 황홀경. 금방이라도 눈 사이를 헤치고 숲의 요정과 같은 것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묘한 분위기가 사려니숲길에 가득하게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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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숲길에 소원들이 쌓이니, 아마 이 길을 걸으며 소원을 빈 사람들은 이미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뒤엉킨 나무뿌리들에 푸른 이끼가 소복하게 올랐다. 이 숲길에는 노루가 살고 있다고 하던데, 현무암 바위들과 나무 이끼 사이로 솟은 작은 버섯들을 보고 있자니 과연 노루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삼나무를 감아 오른 덩굴 식물들과 죽은 그루터기에 피어나는 작은 생명의 모습은 과연 만물이 공존하는 신성한 숲이었다.
사려니숲길은 자연의 비경이 많은 제주 여행지 중에서도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으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존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려니숲길을 걸을 때에는 다른 무엇도 아닌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것. 사박사박, 제 자신의 발소리마저 귓가로 되돌아오는 이 고요한 신비의 숲속에서 신비로운 무언가가 말을 걸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종처럼 생긴 때죽나무 꽃들이 / 오 리 십 리 줄지어 서서 / 조그맣고 짙은 향기의 종소리를 울리는 길 / 이제 그만 초록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 산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숲길>을 자연스레 읊조리게 되는 곳, 소중한 사람에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곳. 그곳이 바로 사려니숲길이었다.
눈 내린 신비의 숲길을 걷는 감상. 지금 당장 느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것만 같은데요, 무엇을 망설이시나요? 이 기사를 읽으신 분들 모두가 트래블피플인 것을!
글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7년 02월 0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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